잡담 [레저] 가을의 멋… 가을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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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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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은 이런 가을을 다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가을별미인 전어 잡이가 한창이어서 전어축제(29일∼10월10일)가 열리고, 금강포구 주변 신성리에는 10만여평의 갈대밭에 갈색물이 들기 시작해 가을 남녀를 부른다. 사색에 잠겨 걸어볼 만한 분위기 있는 해변도 많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막히지 않으면 3시간 정도 걸리는 서천에서 가을 속에 젖어 보았다. ◆전어를 맛보며 전어는 15㎝ 안팍의 작은 바닷고기지만 맛 소문은 짜해서, 예부터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되돌아온다”는 말이 전해진다. 사서 먹는 것이 아깝지 않아서 돈 전(錢)자를 썼다는 말도 있다. 전어는 맛이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회와 구이, 무침이 대표적인 요리인데, 회는 내장만 제거하고 뼈째 썰어 나온다. 잔가시가 많지만 너무 작아 씹히지 않고 생선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구이는 생선이 작은데다 잔가시가 많아 발라먹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어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구이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는다. 회무침은 전어 살에 배와 미나리 등을 넣고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으로 무친다. 회무침에 밥을 비며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3∼8월 산란기를 거친 전어는 9월이 지나 쌀쌀해지면서 뼈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살이 도톰하게 올라 맛도 좋아진다. 그래서 ‘가을 전어’라고 한다. 서천 홍원항 삼덕횟집에서 만난 윤선희(58·경기안양시만안구박달1동)씨는 “해마다 가을이면 가족들과 함께 전어를 먹으러 온다”며 “10월이 되면 전어는 살색도 검어지고 살이 통통해져 맛이 오를대로 오른다”고 평했다. 서천은 전국에서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고, 부산의 횟집에서 팔리는 전어의 80∼90% 정도가 이곳 서천에서 내려간 것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비가 많이 와서 연안 바닷물 농도가 낮아져 전어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30여척의 고깃배가 전어잡이에 나서는데, 축제가 열리는 홍원항과 홍원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량포구가 전어잡이 배들이 몰려 있다. 고깃배들은 하루에 한번씩 새벽이나 밤에 5 정도 떨어진 바다에 나가 전어를 잡는다. 예전에는 큰 배(양조망배)로 한번에 5∼7t을 잡기도 했지만, 올해는 많아야 3∼4t 정도. 일주일에 한번도 잡지 못하고 빈배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단다. 작은 그물로 잡는 작은 배(그물배)는 허탕 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잡는 양이 적어서 한번 나가면 20∼30g, 잘하면 40∼50g 정도를 잡아온단다. 포구에는 횟집 차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전어잡이 배가 들어오면 곧바로 옮겨 싣고 떠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서 바다에서 잡아올린 뒤 이틀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어의 성질 때문에 양식하기가 어렵다. 맛만큼이나 성깔도 대단한 생선이다. ◆갈대밭에서 신성리 갈대밭은 10만여평이 금강변에 펼쳐져 있다.강 너머는 전북 군산이다. 강둑 위에서 보면 갈대밭은 붉은 빛을 띠고 있다. 한달 정도 지나면 완전히 갈색 물결로 변한다. 강바람이 불어오면 마치 붉은 파도처럼 물결친다. 몇천평도 되지 않던 갈대밭이 금강하구에 둑이 생기면서 점점 넓어졌다. 갈대숲을 걸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천군이 갈대밭 일부를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갈대숲에 들어서면 갈대가 생각보다 키가 큰 식물이라는 걸 금세 느끼게 된다. 2∼4m로 사람 키를 훌쩍 넘긴다. 우리가 흔히 갈대라고 생각하는, 사람 허리동에 닿는 키의 식물은 억새다. 억새와 갈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갈대는 주로 강변이나 바닷가 등 물가에 살고, 억새는 언덕이나 산등성이에서 자란다. 이삭도 비슷하지만 억새 이삭이 더 하얗고 윤기가 돈다.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갈대숲 길을 지나 좀더 깊숙이 들어가면 오솔길이 세개가 나 있다. 걸음을 멈추면 갈대잎 스치는 소리가 속삭임처럼 들린다. 가만히 들어보면 갈대잎 스치는 소리에도 리듬이 있다.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갈대가 흔들리며 만드는 소리 결이다. 잎이 말라 소리도 가볍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갈대’) 울고 사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갈대밭은 조용히 사색하게 한다. ◆해변에서
해변을 걷고 싶다면 홍원항에서 2쯤 떨어져 있는 띠섬목이 좋다. 띠섬(서천군서면신합리)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해서 붙여진 띠섬목은 넓은 백사장에 키 큰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에두르고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 일몰 장소로는 마량리 동백정이 꼽힌다. 다정히 앉아 일몰 분위기에 젖어 있는 연인의 모습이 그림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세계일보/황종숙기자 jshwang@segye.com <여행정보> ■ 가는길
■ 숙박 홍원항횟집(041-952-3405)은 민박도 함께한다. 방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여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돋이휴게소(041-951-9803)도 이용할 만하다. 춘장대비치모텔(041-951-0077)도 깨끗하다. <사진>갈대밭은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 가을 타는 남자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충남 서천 신성리 금강변에 형성된 10만여평의 갈대밭(위). 마량리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일몰풍경(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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